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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치료를 하면 살이 찌나요?

체중이 느는 진짜 경로와, 그 경로에서 호르몬 치료가 서 있는 자리

갱년기·폐경기 건강호르몬 치료(HRT)2026.08.26
호르몬 치료 때문에 체중이 는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를 모아 보면 치료를 한 쪽과 하지 않은 쪽의 체중 변화에 차이가 없었고 복부 지방은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체중이 느는 원인은 약이 아니라 폐경으로 근육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변화입니다.

"호르몬제 먹으면 살찐다던데요." 갱년기 진료에서 거의 매번 나오는 말입니다. 처방을 받고 나서도 이 걱정 때문에 며칠 만에 스스로 중단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질문의 순서를 한 번 바꿔보려 합니다. 호르몬 치료를 해서 살이 찌는 걸까요, 하지 않아서 찌는 걸까요. 진료실에서 이렇게 되물으면 대부분 잠깐 멈추십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체중이 느는 경로를 따라가 보면, 그 경로에 호르몬제가 어디쯤 서 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폐경 전후 허벅지 단면에서 근육 면적이 줄고 지방층이 두꺼워지는 변화를 나란히 비교한 자료화면
▲ 폐경 전후 허벅지 단면에서 근육 면적이 줄고 지방층이 두꺼워지는 변화를 나란히 비교한 자료화면

먼저, 연구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답을 드립니다.

호르몬 치료와 체중 변화를 다룬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체계적 고찰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은 군과 받지 않은 군 사이에 체중 증가나 체지방 분포의 뚜렷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 폐경기 여성의 체중이 느는 것은 이 시기에 흔한 변화이고, 호르몬 치료가 그 변화를 더 키운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사 지표를 함께 본 메타분석에서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받은 군에서 복부 지방과 인슐린 저항성 지표가 더 낮게 나타났습니다 (2).

국제 학회의 입장도 같습니다. 북미폐경학회는 호르몬 치료를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쓰는 치료로 규정하지는 않으면서도, 호르몬 치료가 체중을 늘린다는 통념은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정리하고 있습니다 (3).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살을 빼려고 하는 치료는 아니지만, 살이 찌게 하는 치료도 아닙니다.

그럼 왜 살이 찌나 — 폐경이 바꾸는 것

체중이 느는 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몸은 살이 찌기 쉬운 상태로 바뀝니다. 다만 그 원인이 약이 아닐 뿐입니다.

폐경 이행기 여성을 여러 해에 걸쳐 추적한 연구를 보면, 폐경 이행이 시작되면서 지방이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동시에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4).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칩니다. 폐경 이행기를 관찰한 연구에서 내장지방이 늘어나는 동시에 안정 시 에너지 소비량은 줄어드는 변화가 함께 확인됐습니다 (5).

두 연구를 이어 붙이면 경로가 보입니다.

  1. 에스트로겐이 줄어듭니다.
  2. 그것만으로 근육과 뼈가 함께 빠지기 시작합니다.
  3.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집니다.
  4. 같은 양을 먹어도 남는 열량이 생기고, 그 지방은 이제 허벅지가 아니라 배 안쪽에 붙습니다.

이 경로 어디에도 호르몬제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체중이 느는 원인은 폐경 그 자체가 만드는 대사 변화입니다. 이 변화를 더 자세히 정리한 글은 폐경기 살찌는 이유 — 에스트로겐과 내장지방에 있습니다.

오해가 생기는 지점 — 시기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호르몬제 먹고 나서 쪘다"고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와, 폐경으로 대사가 바뀌는 시기가 거의 같기 때문입니다. 대개 안면홍조나 수면장애가 시작될 무렵 병원에 오시고, 그 무렵이 바로 근육이 빠지고 배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순서상 약을 먹은 뒤에 체중이 는 것처럼 보입니다.

몇 가지가 더 겹칩니다.

  • 초기 부기 — 호르몬 치료 초기에 수분이 늘어 몸이 부은 듯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체지방이 는 것과는 다른 변화이고, 대개 적응하면서 줄어듭니다.
  • 가슴 팽만감 — 유방이 단단해지거나 커진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이것도 체중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몸이 커졌다는 느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 식사 패턴 — 이 시기에는 밥을 차리기 번거로워 과일·떡·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탄수화물 위주 식사는 근육이 줄어드는 시기와 특히 잘 맞지 않습니다.

이 중 부기나 가슴 팽만감은 용량·제형을 조정하며 지켜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불편하시면 중단하기 전에 먼저 말씀해 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제형이 있는지는 갱년기 호르몬 치료란? 경구약·젤·질정 비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정작 신경 써야 할 것은 체중이 아니라 근육입니다

이 시기에 체중계 숫자만 보면 중요한 변화를 놓치게 됩니다.

같은 60kg이어도 근육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따라 몸의 상태는 완전히 다릅니다. 근육이 빠진 자리에 지방이 들어차면 체중은 그대로인데 체형만 바뀝니다.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배만 둥글게 나오는 모양이 되고, 근육이 몸을 받쳐주지 못하면 자세가 무너지면서 무릎·허리 통증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관리는 "몇 kg을 뺄까"가 아니라 "근육을 얼마나 지킬까"로 방향이 바뀝니다.

  • 근력 운동 — 유산소만으로는 빠져나가는 근육을 붙잡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에는 근력 운동의 비중이 더 중요해집니다.
  • 단백질 섭취 — 근육을 지키려면 재료가 필요합니다. 고기가 부담스러우면 생선·달걀·두부·유제품으로 나누어 드셔도 됩니다.
  • 뼈를 함께 봅니다 — 근육이 빠지는 시기에는 뼈도 함께 빠집니다.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은 같은 시기에 시작됩니다.

근육이 줄어드는 문제를 다이어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근감소증이란? 다이어트만으로 해결 안 되는 이유에 정리했습니다.

호르몬 치료는 이 경로의 어디에 있나

여기까지 오면 처음 질문에 다르게 답할 수 있습니다.

호르몬 치료의 목적은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 치료가 목표로 하는 것 — 골밀도 유지, 비뇨생식기 위축 관리, 폐경 후 달라지는 지질·혈관 상태 관리 — 은 위에서 본 경로와 같은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여러 갈래가 한꺼번에 열리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체중 이야기로 오신 분에게도 같은 것을 확인합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근육과 뼈는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보고 방향을 정합니다. 시작 시점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갱년기 호르몬 치료, 언제 시작하면 좋을까에서 다뤘습니다.

윈산부인과에서 확인하는 것

체중 변화로 오시면 윈산부인과는 체중계 숫자 대신 다음을 함께 봅니다.

  • 체성분 검사 — 근육량과 체지방률을 나눠서 봅니다. 이 시기에는 체중이 아니라 구성이 기준이 됩니다.
  • 골밀도 검사(DXA) — 근육이 빠지는 시기에는 뼈도 함께 빠집니다. 같은 시점에 확인해 기준선을 잡습니다. 원내에서 시행합니다.
  • 여성호르몬 검사(FSH·LH·에스트라디올) — 폐경 이행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 혈액 검사 — 고지혈증을 비롯한 대사 지표와 영양 상태를 함께 봅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대화가 훨씬 간단해집니다. 근육과 뼈는 아직 여유가 있는 단계인지, 이미 관리가 필요한 단계인지에 따라 식이·운동 지침의 강도와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상은 원장은 대한폐경학회 정회원으로 갱년기·폐경기 건강을 전담하고 있으며, 체중 변화도 폐경 관리의 한 부분으로 함께 봅니다. 호르몬 치료를 언제까지 이어가는지는 호르몬 치료,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에서, 안전성에 대한 오해는 호르몬 치료는 위험하지 않나요? 안전성 팩트체크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호르몬 치료를 하면 정말 살이 찌나요?

호르몬 치료가 체중을 늘린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모아 분석한 결과 호르몬 치료를 한 군과 하지 않은 군의 체중 변화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고, 복부 지방은 오히려 더 낮게 나타났다는 메타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약을 먹고 나서 살이 찐 것 같을까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와, 폐경으로 근육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는 시기가 거의 겹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치료 초기의 부기나 가슴 팽만감이 더해지면 체중이 늘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몸이 부은 것 같은데 계속 먹어도 되나요?

초기에 수분이 늘어 부은 듯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대개 적응하면서 줄어듭니다. 다만 불편이 이어지면 용량이나 제형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중단하시기 전에 진료에서 말씀해 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면 호르몬 치료를 하면 살이 빠지나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는 아닙니다. 호르몬 치료의 목표는 증상 완화와 골밀도·혈관·비뇨생식기 관리이고, 체중은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포함한 생활 관리로 접근하는 것이 맞습니다.

살이 찐 것이 걱정돼서 호르몬 치료를 미루는 것은 어떤가요?

체중을 이유로 미루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미루는 동안 근육과 뼈는 계속 빠집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체중 관리는 더 어려워지므로, 걱정되시는 부분을 진료에서 확인하고 방향을 정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식사량은 그대로인데 배만 나오는 것도 폐경 때문인가요?

그 변화가 이 시기의 특징입니다. 폐경 전에는 엉덩이·허벅지의 피하지방으로 가던 지방이 폐경 이후에는 배 안쪽 내장지방으로 옮겨 붙습니다. 저울 숫자는 그대로인데 체형만 달라졌다고 느끼시는 이유입니다.

운동은 어떤 것을 하면 되나요?

이 시기에는 근력 운동의 비중을 늘리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빠져나가는 근육을 붙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체성분 검사로 현재 근육량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의 강도가 필요한지 함께 잡아드릴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의 일부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AI 생성 포함)이며, 실제 진료·시술 결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출처

  1. (1) (Norman et al.,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00)
  2. (2) (Salpeter et al., Diabetes Obes Metab, 2006)
  3. (3)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Menopause, 2022)
  4. (4) (Greendale et al., JCI Insight, 2019)
  5. (5) (Lovejoy et al., Int J Obes, 2008)

이 글을 작성 · 감수한 의료진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이상은

대표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수료 ·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 임상강사 · 前 연세모아병원 원장 · 現 윈산부인과의원 원장